우승의 다른 장면게시

우승팀에는 언제나 숨은 조연들이 있었다

좋은 롤플레이어의 조건을 묻기보다, 실제 시리즈의 어느 순간에 그 역할이 필요했는지 장면을 따라가봅니다.

우승팀을 소개하는 사진에는 대개 가장 유명한 선수가 크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긴 시리즈를 다시 보면 마지막 슛을 던진 손, 에이스에게 공을 건넨 패스, 상대 공격을 먼저 마주한 수비수의 얼굴도 보입니다.

이 글은 롤플레이어의 역대 순위를 고르는 글과 조금 다릅니다. 특정 시리즈에서 작은 역할이 어떻게 크게 기억됐는지 따라갑니다. 레이 앨런이나 안드레 이궈달라처럼 다른 시기에는 팀의 중심이었던 선수도 포함됩니다. 조연은 선수의 평생 신분이 아니라 그 팀에서 맡은 역할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스: 슛의 끝과 공격의 시작

1997 파이널 6차전의 커를 기억할 때, 마지막 슛만 떼어놓으면 그에게 공이 도착할 수 있었던 팀의 선택은 배경으로 밀려납니다. 에이스에게 시선이 모인 상황에서 다른 선수를 믿는 선택도 우승팀의 한 부분입니다.

론 하퍼까지 함께 떠올리면 시야가 공격의 시작으로 넓어집니다. 시카고에서의 그는 자신의 득점을 늘리는 일만 맡은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이 두 이름을 나란히 놓으면 우승팀의 역할이 경기 마지막 몇 초와 평범한 수많은 공격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이커스: 두 장면의 연도를 섞지 않기

호리의 킹스전 마지막 3점은 2002 서부 결승 4차전, 피셔의 유명한 0.4초 슛은 2004 서부 준결승 5차전입니다. 같은 레이커스의 기억이라고 한 번의 우승 과정으로 합쳐버리면 역사를 잘못 읽게 됩니다. 특히 2004 레이커스는 그해 우승팀이 아닙니다.

두 선수가 2000년대 초반 우승 레이커스의 중요한 구성원이었던 사실과, 각각의 유명한 슛이 나온 시즌은 나눠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할을 존중한다는 것은 좋은 장면을 크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 장면이 속한 맥락도 지키는 일입니다.

스퍼스: 수비수의 가치는 점수판 옆에 있다

보웬은 스퍼스에서 세 차례 우승을 함께했습니다. 한 번의 결승슛처럼 간단히 끝나는 소개보다, 상대 외곽을 오랫동안 따라다니던 선수로 떠올리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던컨의 골밑을 중심으로 팀을 상상하더라도 상대의 공격은 외곽에서 시작됩니다. 보웬을 넣으면 팀의 힘을 빅맨 한 사람에게만 돌리지 않고, 그 앞에서 공격을 맞이한 자리도 보게 됩니다. 개인 득점이 낮은 카드를 볼 때 팬의 기억이 기록표를 보완하는 지점입니다.

히트: 6차전의 앨런, 7차전의 배티에

2013 파이널 6차전에는 앨런의 동점 3점이 있었습니다. 다음 7차전에는 배티에가 3점 여섯 개를 넣었습니다. 두 장면은 서로 다른 경기에서 나왔고, 다른 방식으로 팀을 도왔습니다.

연속된 두 경기의 장면을 놓고 보면 “오늘의 조연”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유명한 선수가 공격을 책임지는 동안 기다린 슈터, 전 경기의 주인공이 아니어도 다음 경기에 준비돼 있던 선수. 시리즈라는 길이는 이런 변화가 들어올 자리를 줍니다.

워리어스: 조연이 파이널 MVP가 되는 순간

이궈달라는 2015 파이널 MVP였습니다. 그 이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시즌의 그를 같은 팀 내 서열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역할이 바뀌어도 팀에 필요한 일을 해내는 선수에게 시리즈가 다른 조명을 비출 수 있다는 사례로 읽고 싶습니다.

현재 게임의 MVP는 승리한 팀의 가상 기록을 종합해 뽑습니다. 실제 파이널의 투표와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최종 결과에서 스타가 아닌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우승팀의 조연들을 다시 떠올릴 계기는 될 수 있습니다.

게임으로 돌아가기 →전체 이야기 보기